2024. 3. 29. 13:35

3차 선교지 방문

우크라이나 사역지 3차 방문!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이대로 있을 수 없어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다시 옮기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는 계획에 없다. 나는 오직 그분을 신뢰하며 한 걸음 내디딜 뿐이며 내 속에서, 그 전쟁 속에서 일하시고 이루시는 분은 아버지시다.

 

16:1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 4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은 넘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이번 방문은 헝가리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 헝가리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키이우로 들어가는 기차를 이용하여 국경을 통과하니 폴란드 국경을 이용할 때보다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어서 기뻤다.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시민이었고, 꼭 동지들을 만난 것 같이 서로 기쁘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소개와 사연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눈에는 사연이 가득히 담겨있는 듯 보였다.

전쟁에 나갔다가 부상하여 치료차 나왔다가 복귀하는 사람,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피난 길을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 대부분의 기차 안에는 늙은 여인들이다.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그런 중에도 자기 나라에 들어온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기뻐했다.

 

키이우에 도착하여 하루를 쉬고 차를 빌리기 위하여 루마니아 국경 근처 체르니우치 주까지 기차를 타고 한 세르게이 집으로 갔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540mk로 약 9시간이 소요된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 2차 방문 때도 기꺼이 자기 아내 차를 빌려줘서 평안이 주의 일을 감당하게 했었던 그 차를 다시 빌리려 갔던 것이다.

이번에는 차를 팔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나 받겠는가? 의중을 물으니 8천 달러를 달라고 한다. 꼭 필요한 차지만, 선뜻 대답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의중을 알았다며 차를 가지고 키이우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피난을 떠난 선교사님의 가정에 머물고 있다. 헤르손에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폭격이 격렬하여 당분간 방문이 어려우니 날짜를 늦추는 게 좋겠다고 한다. 며칠을 더 기다리다 헤르손으로 내려갔다. 아침 일찍부터 출발하여 헤르손에 오후 3시쯤 도착했다. 이곳저곳 지난번보다 더 많은 폭격으로 피해가 심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전날 재래시장 근처와 우리 집 근처에 심한 폭격이 있었다고 한다. 병원을 들러 보니 미사일 폭격을 당하여 사방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전쟁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과 흡사하다.

 

필요한 약품을 알아보았고, 보건소 건립과 지원을 위해 알아봤지만, 아직은 기관이 제대로 일을 추진할 수가 없으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방공호에도 난방이 없고 환풍기가 없어 그곳에 약간의 헌금을 전달하여 난방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집에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살고 있었다. 지붕에는 약간의 폭격으로 인하여 구멍이 난 상태였지만, 군인들 스스로 고쳐서 살겠다고 한다.

소방서에도 폭격을 맞아 숙소가 없어졌으며 이 일로 소방대원들은 방공호로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 난방이 없고, 공기가 통하질 않아 기관지가 상하고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난방기와 공기 순환기를 구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곳에 냉, 난방과 순환 기능을 갖춘 기계를 빠샤가 주문한 상태이다. 헤르손 병원에서는 약 5만 불 정도 의약품의 품목을 적어 부탁해 왔다. 시급한 대로 또 도울 수 있는 만큼을 사기 위해 키이우에 현지인 의사들과 상의하여 급한 약 일부를 조달해 주기로 했다.

키이우에서 헤르손의 거리는 약 600킬로다. 지금은 오데사로 돌아가야 하니 150킬로를 더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고르지 못한 길을 달려 갔다 오면 차가 많이 망가진다. 아니나 다를까 헤르손을 다녀온 후 차가 고장이 나서 정비소에 맡겼다. 한번 사용할 때마다. 7백 달러 정도의 수리비가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리비가 450달러가 들어가는구나! 수리하고 며칠이 지나니 또 고장이 났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들어갈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틀이 지나고 차 수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정비소에 갔다. 정비소 사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수리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하여 이렇게 오셔서 수고해 주시는데, 부품값이 들어가지 않고 내 시간만 들었으니, 서비스로 해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는 차에 싣고 있던 식수와 식료품을 나눠주고 왔다.

글라드꼬브까 교회에 세워놓은 내 차를 이제 알렉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알렉도 자기 차가 고장이 났는데 부품을 살 수 없고 고칠 수 없어 세워뒀다고 한다.

-목사님! 목사님 차를 내가 타고 다녀도 됩니까?

-물론이지! 잘 타고 다니고 조심하거라. 전쟁 중에는 8인승 승합차는 군에서 사용한다고 하면 이유 없이 내줘야 하는 것이 군법이다.

하나님께서 전쟁 속에서 가족과 교회를 지키고 있는 알렉에게 전리품으로 내 차를 선물해 주셨나 보다.

나도 이제 그 차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참 사랑하던 차였는데...

그래도 사랑스러운 제자 그것도 알렉이 사용하게 되니 아깝지 않다. 또 하나님께서 그를 사랑하여 주시는 것으로 생각하니 내 마음이 기쁘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뛰기 위해서 차가 꼭 필요하여 구하는 중이다. 한 세르게이 차를 한두 번 더 탔다가는 이제 완전히 주저앉을까? 두렵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물가가 너무 비싸고 차를 사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시 도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차를 구하고 두드려 보기로 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들어 온 소식은 주님이 포기하지 말라고 보내주신 사인이었다. 주님을 신뢰하고 실망하지 말고 잠잠히 기다리라고 하시는 그분을 바라보며 다시 힘을 내리라.

주님의 세미한 음성에 들으시며 동참해 주시는 모든 분께 마르지 않는 성령님의 은혜가 교회와 가정과 사업장 위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1:11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기를 원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