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6월의 헤르손의 소식.
나라 밖에서 들려오는 불안하고 시끄러운 소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은 천연덕스럽게 굴러가고 있다.
25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뻬트르 빠로쉰꼬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유럽과 손을 잡고 개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바쁘다.
아직도 이곳 저곳에서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크림을 빼앗겨 이제 국경이 되어버린 우리 헤르손의 두 교회와 신학교에는
녹 푸른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넘치고 있다.
벌써 4년 전 교회건축 후 조경으로 교회 둘레에 과일 나무를 심기로 했다.
마음이 있는 가정들은 가족 수대로 과일 나무를 심었다 어떤 사람들은 사과 나무를 어떤 사람들은 포도나무를
또 어떤 사람들은 자두나무. 또 어떤 사람들은 살구나무 배나무. 체리. 호두 나무. 등등…
이제 그 나무들이 어김 없이 과일을 맺고 있다.
지난해에도 몇 개씩 자신들의 건재한 모습들을 뽐내더니 만…
올해는 가지가 휘도록 살구가 매달렸다.
꽃이 떨어지고 열매는 맺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일학교 어린 꼬맹이들이 달라 붙여 새파란 살구며 사과며 포도까지 한입 가득 떨어 넣는다.
풋과일을 먹고 탈이 날까 봐 걱정이 된다. 아마 익기 전까지 나무에 과실이 매달려 있을지 궁금하다.
슬라와 이라 부부는 과일나무 지키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래도 뭐! 교회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아마도 어떤 친구들은 열매 따 먹을 재미로 교회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각 가정에 심방을 하는 일은 고려들과 아르메니아인 가정에만 가능하다.
현지인들은 심방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성품인지 크게 기뻐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헤르손에 현지인 교회는 거의 심방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심방기간에 놀라운 일이 참 많았다.
상을 준비해놓고 감사헌금을 준비해 놓고 고넬료의 가정처럼 기다리는 가정이 많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믿음이 성숙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
아무리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도 그냥 그렇게 서있는 것만 같아 늘 고민이 되었는데……
김넬랴!(64세) 참 오랫동안 기다렸다. 고려인 중에서 세례를 가장 나중에 받았으며 교회에 나오기만 하면
어찌 그리 단잠을 자는지 넘어져 목이라도 다칠까 봐 늘 걱정이 된다.
축도 시간이 되어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다. 대학을 두 개나 졸업을 해서인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성경을 믿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사람이다.
우리교회에 나오는 것은 고려 인들의 교제 때문이지 말도 안 되는 성경을 읽는 일도
하나님을 믿는 일도 다 거짓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잠잠히 기다리시며 그를 만져 주셨다. 갑자기 쓰러져 사경을 헤맬 때 병원에 갔더니
하나님께서 고쳐주시면 세례도 받고 믿고 헌신한다고 하더니만..
치료해 주시니….빙긋이 웃으며 하는 말이 의사가 치료하셨지요……
이렇게 많은 날들이 벌써 몇 년이 지난 후 4월 부활절에 세례를 받았다.
이제는 하나님의 딸이 되었으니 십일조를 드려야지요 라며 쌈지 돈을 들고 나온다.
89세 노인은 러시아 말이 서툴다. 자녀들은 고려 말이 서툴다.
그러니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친구도 없고 감옥 아닌 감옥에 살고 있다.
심방을 받는 동안 내 손을 잡고 졸졸 따라 다니며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또 다시 풀어 놓는다.
한참 동안 풀어 놓았던 보따리를 다시 싸매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제야 속이 풀어지는 듯 합네다.
목사님 자주 오시라요.
60킬로 떨어진 곳에서 거의 한번도 빠짐이 없이 교회에 나오는 뜨라삠네
가정은 선교사인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가정이다.
농사는 항상 잘 되었지만 팔로가 막혀 빚에 빚이 쌓여가니……
골 깊게 패인 주름이 늘 서글퍼만 보였다.
걱정하는 나에게 도리어 긍정적인 말로 괜찮다고 위로의 말을 해 주던 그들이 이번에
양배추를 심었다. 끝도 보이지 않도록…..
좀 일찍 심으면 돈이 되련만, 나무 살 돈이 없어 날이 풀린 후에 융자를 받아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일찍 심은 양배추 값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늦게 심은 양배추는 심은 사람이 적어 값이 크게 올라갔다고 한다.
센스쟁이 하나님께서 멋지게 한방 훅!~~~
너무 감사한 나머지 융자를 갚기도 전에 4.000달러를 십일조로 드렸다.
무명으로 하나님께 올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심방을 받으면서 드린 것이다.
헤어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더니만 하나님께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해 주셨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십일조를 선교 지에서 드린 사람이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환경 속에서나 덜덜거리는 차를 타고 달려오는 그 가족,
어느 땐 차가 길에서 멈춰 애를 먹기도 하고,
어느 땐 그 차를 버려두고 전화로 다른 사람을 불러서 오기도 하는 그 믿음…
선교사인 내가 한국에 다녀 올 때면 그를 위해 뭘 해줄까??늘 고민하게 하시더니….
요동함이 없이 이렇게 하나님께 나아오니
어찌 하나님께서 그의 고민을 해결해 주시지 않겠는가!!
작은 두 세 사람의 헌신으로
이제 글라드꼬브까 교회는 믿음이 성장해 나가면서 제정적인 자립이 되어가고 있다.
그 동안 한국교회에서 물질과 기도로 우크라이나에 반듯한 교회를 세우게 하셨다.
헤르손 교회에 건물이 필요하여 기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손바닥 만한 구름이 보이질 않는다.
장소가 협착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새로운 사람들을 채워주신다.
때가 되면 이루실 것을 기대하며 사역자 세우는 일과 전도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작은 지하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한방에 훅!~~하실 것을 기대한다.
나의 또 하나의 기쁨은
선교사로 헌신하는 동안 처음으로 온전한 믿음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기가 유아세례를 받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엘렉과 나스자의 가정에 이런 경사스러움 일이 생겼다.
그들은 주일을 성수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기도했다고 한다.
주일에 아기가 태어나지 않도록…하나님께서 어찌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으실까!
예배를 드린 후 진통이 왔고 쉽게 출산을 했다.
그 다음주 세상에 나온 지 만 일주일도 되지 않은 아기를 안고 부부가 교회에 나왔다.
세례를 받고 싶어 간절히 기다리는 그들에게 예쁜 타올을 선물로 준비하여 유아세례를 주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줄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 일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세례식은 쉽게 만나지 못할 것이다.